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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Lee
2021-05-02 12:08:40
[후기]아직 멀었다는 말

4월 모임에서는 <모르는 영역>, <손톱>, <전갱이의 맛> 세 작품을 중점 감상하였습니다.

이지선 호스트 님의 진행은 매끄러웠고, 문학 작품들과 영화를 함께 보며

각각의 작품에 집중하면서도 전체를 함께 멀리서 조감할 수 있는 여유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직 멀었다는 말>>은 작품 <손톱> 중 '그건 아직 멀었다 소희야' 부분에서도 나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집 중 가장 슬픈 이야기, 어머니와 언니가 모두 버리고 떠나 혼자 남아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힘들게 생활하며 끈질기게 버텨온 20대 초반의 소희에게

'세상살이의 팍팍함에도 불구하고 생의 긴 여정을 긍정하는 말',

'계산도 조급함도 분노도 잠시 잊게 도와주는 다행스러운 말'이었습니다.


'슬프면서 좋은 거', '끝인 듯 시작을 예고하는', 그 세상살이 속 알쏭달쏭함은

작품 <모르는 영역> 중 주인공인 명덕과 다영, 부녀 사이에도 존재했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진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해하고 서운해 하며 갈등을 느끼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모르는 것에 대해 더 다가가고자 하는 끈끈함이 결국 이를 극복하게 도와줍니다.

더불어 '새는 돌연 가지를 박차고 날아갔고 그 바람에 연한 잎을 소복하게 매단 나뭇가지는 다시 흔들리다 멈추었다...',

'매화는 다 피어 꽃잎을 떨구고, 어제만 해도 봉오리를 매단 채였던 개나리와 목련이 만개했고,

벚나무도 희끄무레하니 꽃망울이 벌기 시작했다. 하룻밤 사이에 그냥...... 와장창이네.' 등의 아름다운 봄날의 묘사도

주말 오후 맑은 봄날씨를 상기시키며 독서의 기쁨을 배가시켜 주었습니다.


한편, 서로 모르는 영역은 부부 사이에도 존재했습니다.

작품 <전갱이의 맛> 주인공은 청산유수의 달변가였는데, 성대 낭종 수술 후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묵언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작 타인과의 소통에 능하였으나 부부 사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소통의 도구로 기능하지 못했던 그의 달변이,

묵언의 시간 중 '나와의 소통'을 통해 진정한 '나만의 말'이란 것이 시작되면서

'말 속에 삶이 깃들고' '위압적인 구석 없이 거부할 수 없는 순리처럼' 상대를 이끌고 순응하게 기능하면서

서로의 몰이해가 극복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도 보여주었습니다.


슬픔과 이해 부족, 야비한 세상에 노출된 우리 개개인 약자들의 슬픔을 잘 빚어내면서

그 '너머'를 고민하게 하고, 상호 의존성과 공감, 책임감 등에 대해서도 일깨워 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진중한 소설과 영화들을 다루면서도 밝고 유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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