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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김겨울의 <독서의 기쁨>
tjdud
2021-04-01 14:56:05



혹시 책 좋아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넷플릭스부터 유튜브, 인스타그램까지,

 볼 것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여전히 휴대전화보다 묵직하고

TV보다 집중해야 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이 많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은 약간의 소외를 감내해야 하기 마련이지요. 

즐겁게 읽은 책을 가지고 지인과 이야기하는 경험을 하기도 쉽지 않고요. 변화가 꽤 빠르게 생겨나는 운동이나, 완성된 무엇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수공예 같은 취미랑은 다르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꿋꿋이 책을 읽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김겨울의 <독서의 기쁨>인 것 같습니다.





저자인 김겨울은 유튜브에서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 알 만큼 인지도가 높은 채널인데요. 

끊임없이 책을 읽어온 저자가 왜 책을 읽는지, 책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책과 어떻게 성장했는지 쓴 책이 

바로 독서의 기쁨입니다. 

책덕후들은 목차만 봐도 벌써 공감할거예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책덕후들이 책이 가져다주는 내면적인 즐거움 때문에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할 텐데요.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책의 물성, 책을 읽는 공간, 책을 읽는 방법 등 책을 둘러싼 여러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방 속에서 느껴지는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 종이의 바스락거리는 느낌, 귀퉁이에 필기할 때 느껴지는 연필의 감각…… 책을 좋아한다는 말은 곧 이라는 물질을 둘러싼 그 모든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책덕후들에게 이런 시선은 큰 공감이 되리라 생각해요.






"책의 내용을 제외한,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바로 책의 이 대목이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활자의 모든 조합이 보관되어 있다는 그 무한한 도서관을 상상할 때면 나는 이 강렬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 구체적인 하나의 인간에 대한 소유욕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의 정신성에 대한 소유욕인 셈이다.’ "




저도 정말 좋아하는 책은 사서 소장하는 편인데요. 

그 이유는 책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 책의 내용을 진정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서 책덕후들이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언제든 내가 책을 펼쳐들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이 있거든요. 

지적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각화한 것이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책을 소장하는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



또 공감되었던 대목이 있습니다.


"어느 도서관을 가든 느낄 수 있는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나는 그걸 유골 안치소 같은 분위기라고 부른다. 

다 죽은 사람들의 글이 종이에 찍혀 유골처럼 안치된 곳.

 그 적막과 쓸쓸함을 좋아한다. ……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도서관에 갔다.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좁은 곳에 몸을 숨기고 조용히 책을 훑곤 했다. 

도서관에서 가장 좋아했던 순간은 책장과 책장 사이에 서서 한 쪽 책장을 까마득히 올려다보던 순간이다. 그것으로부터 받은 위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책은 온전히 책과 나와의 시간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불쑥불쑥 험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과는 달리 내가 준비되었을 때만 말을 건네는 책은 제게 관계에서 통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하곤 하는데요. 

그것 역시 책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책의 내용을 제하고도 책을 사랑할 이유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모르셨던 분도 계셨을 텐데요. 

듣고 보니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책을 마냥 어렵고 딱딱한 것이라 여겼던 분들과 함께 책이 존재 자체로 순간순간 위로가 되는 물건이기도 하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언제 한번 시간이 나시면, 조용한 서점에 들러서 책을 살펴보세요.

 표지는 마음에 드는지, 종이는 충분히 손에 부드럽게 닿는지, 글씨체는 읽기 편한지 꼼꼼히 따져보세요. 

그리고 한 권 품에 품고 자기 전에 살짝만 살펴보고 주무셔보길 권합니다. 

아마 제가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는지 바로 아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독서의 기쁨
김겨울 / 초록비책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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