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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간 실격’이란 없다,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tjdud
2021-04-01 15:14:02

이 소송은 얼핏 생각했을 때 일리가 있는 주장처럼 보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인 줄 알았더라면 임신중절을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우생학적인 기준은 누가 언제, 어떻게 정한 것일까요? 

불과 얼마 전까지 낙태죄라는 것이 존재했고, 여전히 암묵적으로 존재하지만 

우생학, 유전학적 정신질환이나 신체 질환’여부에 따라서는 낙태가 허용되어 왔습니다. 


이처럼 유전적 우/열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과 다양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며

정상성이라는 범주를 규정지어 그 범주 바깥의 존재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양산하는 반 인륜적인 행위입니다.

 또한 김원영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들고서 이 소송을 바라볼 것을 요청합니다. 


잘못된 신체라고 불리는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이 세상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것일 수는 없다는 논리적 차원의 해석입니다.



김원영이라는 존재는 그의 부모가 태아의 장애 여부를 미리 알고서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도록 했다면,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체적 결함을 우리 자신과 분리시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왜 하필 이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거지? 왜 내 지능은 좋지 않지? 

왜 나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타고난 거지? 왜 나는 이렇게 못생긴 거지?

 그러나 이런 질문들은 장애나 질병 등 잘못되었다고 규정된 몸의 속성이 결코 개인의 존재와 분리될 수 없음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장애나 질병은 어떤 온전한 인간상을 표본으로 정해놓고 그것에서 더해지거나 덜어내지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태초에 온전한 인간 신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신체라는 것은 그저 다수가 취하고 있는 신체의 모습으로 상상되는 무언가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인간의 실존이 그 인간에게 절대 손해일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인간의 실존은 본질에 앞서니까요. 


나는 어떤 신체를 가졌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누구의 자식이고 등등은 인간의 실존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니까요. 이것이 바로 김원영 작가가 말하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입니다.


날씨가 부쩍 더 좋아져, 매화와 목련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벚꽃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봉우리를 한 아름 머금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새잎이 돋은 잔디밭 곳곳이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봄 소풍을 나온 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런 봄은 참 아이러니한 계절입니다.

 봄의 싱그러움과 따뜻함은 때때로 이 세상의 슬픔이 더 비극적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배경 효과가 되기도 하니까요. 슬픔에 젖어 벚꽃 잎이 휘날리는 거리를 홀로 걸을 때만큼 슬픔에 잠기기 좋은 때가 있을까요. 

다정히 손잡고 꽃 길 아래를 걸어가는 연인을 바라볼 때만큼 옆구리가 시릴 때가 있을까요. 



객지 생활을 하며 가족끼리 돗자리에 도란도란 앉아있는 풍경을 볼 때만큼 가족들이 그리울 때가 있을까요. 

책을 읽으러 카페로 향하던 봄 어느 날, 문득 생각했습니다.

 봄의 싱그러움과 따뜻함은 마냥 모두의 것은 아닌 것 같다고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것 이상으로, 누리기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겸허히 수용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실천적인 삶을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장애 당사자인 김원영 변호사의 장애학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990년대 중반 강원도의 한 부부가 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부부는 아이를 임신한 후 양수검사를 받았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아이가 아주 건강하다고 말해주었고,

 부부는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그 아이가 다운증후군 환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부부는 좌절했고, 아이를 잘 키울 자신조차 없었습니다. 

아이가 건강하다고 말해준 산부인과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의사의 실수 때문에 자신들이 장애아를 출산했으므로 겪게 된 정신적 충격과 양육비의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또 다른 원고가 있었습니다.

 


바로 다운증후군을 가진 당사자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말하자면 당신의 실수로 내가 태어났으니 그 손해를 배상하시오라는 주장으로 법정에 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배상되어야 할 손해일 수 있는 걸까요?

1990년대 중반 강원도의 한 부부가 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부부는 아이를 임신한 후 양수검사를 받았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아이가 아주 건강하다고 말해주었고,

 부부는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그 아이가 다운증후군 환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부부는 좌절했고, 아이를 잘 키울 자신조차 없었습니다. 아이가 건강하다고 말해준 산부인과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의사의 실수 때문에 자신들이 장애아를 출산했으므로 겪게 된 정신적 충격과 양육비의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또 다른 원고가 있었습니다.

 


바로 다운증후군을 가진 당사자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말하자면 당신의 실수로 내가 태어났으니 그 손해를 배상하시오라는 주장으로 법정에 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배상되어야 할 손해일 수 있는 걸까요?




이 소송은 얼핏 생각했을 때 일리가 있는 주장처럼 보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인 줄 알았더라면 임신중절을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우생학적인 기준은 누가 언제, 어떻게 정한 것일까요? 

불과 얼마 전까지 낙태죄라는 것이 존재했고,

 여전히 암묵적으로 존재하지만 우생학, 유전학적 정신질환이나 신체 질환’여부에 따라서는 낙태가 허용되어 왔습니다. 이처럼 유전적 우/열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과 다양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며,

 ‘정상성이라는 범주를 규정지어 그 범주 바깥의 존재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양산하는 반 인륜적인 행위입니다. 

또한 김원영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들고서 이 소송을 바라볼 것을 요청합니다. 

잘못된 신체라고 불리는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이 세상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것일 수는 없다는 논리적 차원의 해석입니다.



김원영이라는 존재는 그의 부모가 태아의 장애 여부를 미리 알고서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도록 했다면,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체적 결함을 우리 자신과 분리시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왜 하필 이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거지? 왜 내 지능은 좋지 않지?

 왜 나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타고난 거지? 왜 나는 이렇게 못생긴 거지? 그러나 이런 질문들은 장애나 질병 등 

잘못되었다고 규정된 몸의 속성이 결코 개인의 존재와 분리될 수 없음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장애나 질병은 어떤 온전한 인간상을 표본으로 정해놓고 그것에서 더해지거나 덜어내지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태초에 온전한 인간 신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신체라는 것은 그저 다수가 취하고 있는 신체의 모습으로 상상되는 무언가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인간의 실존이 그 인간에게 절대 손해일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인간의 실존은 본질에 앞서니까요. 나는 어떤 신체를 가졌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누구의 자식이고 등등은 인간의 실존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니까요.

 이것이 바로 김원영 작가가 말하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입니다.


청력이나 시각을, 팔이나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삶의 존재 방식이 언제나 결핍일 수는 없습니다. 소리언어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자격은 없습니다. 시각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의 삶을 평가할 자격은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내가 이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인 것처럼 느껴질 때, 내가 실격 당했다고 느껴질 때, 나의 결핍이 나를 절망하게 만들 때, 우리 모두에게 살아갈 힘과 방법을 알려주는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입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리커버:K)
김원영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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