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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공감은 지능이다 > 서평
cheonbin35@naver.com
2021-04-27 13:51:49
아주 좋은 책이다. 공감에 대해 분석하면서도 '공감'이라는 주제 자체가 주는 따뜻한 느낌 때문인지 시조일관 사랑스러운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친절함이 “기질” 이라면 우리는 더 친절해지고 싶어도 더 친절해질 수 없고, 덜 친절해지고 싶어도 덜 친절해질 수 없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공감하는 마음은 개발될 수 있다' 이다. 즉, 뇌는 변화하고 모든 자질이 그렇듯이 쓰면 그 부분의 뇌는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그러므로 공감도 환경을 통해서 연습하면 뇌가 변하면서 공감을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3장에서는 백인 민족주의 운동의 선봉장에 섰던 사람이 '증오 이후의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굉장히 흥미로운 챕터였고, 이 장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접촉이론 Contact theory였다. 즉, 올바른 종류의 접촉을 경험하면 상대 집단에 대한 정서를 온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는 상대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를 때, 이상한 소문들이나 선입견들이 그 상대에 대한 내 생각을 점유해버리기 쉽다.

5장 '지나친 공감은 위험'은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병원에서 일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싸가지 없는' 인간이 되어 버렸고, 9개월째에 번아웃이 와서 결국 퇴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감을 더 많이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공감을 늘리다 보면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버리고 이를 공감 피로(compassion fatigue)라고 한다. 이렇게 과다한 공감의 위험으로 스스로 기력을 소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의사, 사회복지사, 치료사, 상담사, 교사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돌봄 종사자들은 '거리를 둔 염려' 즉, 이성을 중시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그래서 나도 '환자의 고통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환자를 사람이라기보다는 신체라고 봄으로써 비인간화' 하게 되었던 것이다. 대형 병원에 가보면 의사와 간호사들이 다 비슷한 느낌을 풍기고 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그들이 어마어마한 감정의 영역에 휩쓸리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창조해낸 딱딱한 가면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되었다. 아니, 그 전 부터 스마트폰을 치우고 마주 앉아 눈을 보고, 서로의 감정에 동기화하며 이야기 나눔이 어려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공감은 우리의 본능에 내재하여 있는 기능이라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다만 이를 왜곡된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공감의 힘이 모였으면 좋겠다.

원제는 The War for Kindness : Building empathy in a fractured world 이다. ‘~는 지능이다’라는 요새 유행하는 말을 넣어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은 출판사의 홍보 전략은 이해하나 이 책의 목적이나 저자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제목임에 안타깝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네 머리가 덜떨어져서 그래.”라는 뜻을 내포하는 이 책의 제목이야 말로 “공감 능력이 떨어진”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어디에도 공감 능력이 지능에 따라 결정된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번역 제목이 더욱더 실망스럽다.


공감은 지능이다
자밀 자키 /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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