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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다리
푸른색시계
2021-06-01 19:21:05

   "불안한 사람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다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리가 의미하는건 무엇일까, 삶? 죽음? 희망? 불안?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속에 자신만의 다리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품속의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책 제목에 '불안'이 들어가는 만큼 이 책은 불안으로 범벅되어있다. 책 구성에서부터 그렇다. 서술자가 독자에게 '당신'이라며 말을 걸지 않나, 자꾸 얘기를 끊어먹질 않나. 또 운 없는 은행강도의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자꾸 다리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회상되고 그렇다. 인질극도, 강도짓도, 심문도, 심리상담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대화는 자꾸만 다른 길로 새고, 상황은 미처 예상하지도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상처를 받고 불안을 느낀다. 이 책도 인생처럼 자꾸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등장 인물들 역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어딘가 모자란 모습을 보인다. 은행강도는 하필 현금이 없는 은행에 쳐들어갔으며, 인질들 앞에서 쩔쩔 맨다. 경찰들은 인질극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그걸 구글에 검색하고 앉아있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범, 규칙, 어른이라면 마땅히 이래야지와 같은 공식들은 자꾸만 해체되고 우스꽝스럽게 변한다. 그런데 그러한 '어른인 척', '센 척'을 모두 제쳐보면 어떨까. 우리는 사실 누구나 여린 마음을 갖고있고, 따뜻한 마음을 숨기고 있고, 상처를 갖고 있다. 인물들은 다들 어리버리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마음속에 불안 하나씩을 갖고있다.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속에 그 날의 다리를 갖고 있다. 
 사실 그들의 이야기는 전혀 웃기지 않다. 작가는 맨 처음에 이미 독자들에게 경고했다. 이 이야기는 바보들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평범한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면 그들이 바보같다고 말할 수 없다고.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유머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다 보면 어느샌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아늑한 태풍의 눈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든다.
 이 작품은 특별한 이야기 속에 담긴 평범한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은행 강도 이야기는 솔깃하고 스펙타클하다. 그러나 사실 이야기는 발코니에서 내다보이는 어느 날의 다리로 계속해서 되돌아간다. 등장인물들은 10년전의 '다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에 품고 있다. 그 다리는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어두움과 불안의 꼭짓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자꾸만 그 쌩뚱맞은 듯한 다리 이야기가 소환되고, 사람들이 연결된다. 마치 다리가 강 사이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연결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과정이 은행강도와 인질극 사이에 위치한게 문제이다.
 사실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들어봤을법한 말들을 건넨다. 그런데도 그러한 작가의 위로의 손길이 이 책에서는 전혀 가볍지 않으며, 왠지 특별하게 느껴진다. 다리에서 떨어져 죽으려는 사람의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고, 그 사람을 구하려 손을 뻗는 사람의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듯이 말이다. 숨가쁘게 펼쳐지는 코미디같은 이야기와 반전의 연속 속에는 다리가 있다. "불안한 사람들"은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아주 요상한 책이다. 삶의 심장을 어루만지는 따뜻하고 낭만적인 손길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아, 참고로 나는 책에서 마지막 편지에 담긴 뻔하디 뻔한 4어절짜리 말을 보고 혼자 새벽에 오열을 했다. ​삶은 괴로워도 따뜻해! 


불안한 사람들(반양장)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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