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조현병의 증상, 원인, 치료, 경과, 조현병이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 조현병을 다룬 책과 영화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 조현병이라는 한 주제에 대해 이렇게 여러 방면을 다룬 책은 아마 없을 것이다.

 750페이지 가량 되는 책이기에 두꺼울 것을 예상은 했지만 책을 본 첫인상은 정말 제목에서 쓰인 것과 같이 모든 것을 담은 사전과 같았다. 15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책배 부분에 단원 표시가 되어있어 더욱 사전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관리하기 적절한 두께의 커버에 페이지를 넘기기 수월했다.

 1983년에 초판을 낸 뒤로 1988, 1995, 2001, 2006, 2013, 2019년 이렇게 6번 더 개정을 했는데 초판이 오래됐기에 혹시 시대에 뒤처진 낡은 정보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맨 뒤의 참고문헌을 보면 2013년 이후의 비교적 최신 논문들도 업데이트되어 있고, 최근 변경된 미국의 제도들도 반영이 되어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현재도 연구를 하고 있는 정신의학자로, 조현병에 대한 최신 이론들에도 관심이 많고 조현병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 전체의 구조 개선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논문들이 반영이 되어 있고, 조현병의 증상과 치료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이 담겨 있지만, 용어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읽기에 무리가 없고 이해도 잘 갔다. 번역도 상당히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서 읽기에 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에 나오는 강력 범죄 사건을 통해 조현병에 대해 접하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에 대해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보통 사람의 범죄율과 다르지 않고, 마약 등의 약물 남용이 범죄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조현병 환자가 병이 발생하기 전부터 지닌 성격이 조현병이 발생한 후에도 유지된다고 하니, 원래 폭력적인 성향이 있던 사람이 조현병이 발생한 후에도 폭력적인 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조현병이 "가장 이기적이고 자기도취적인 성격부터 가장 관대하고 이타적인 성격까지 모든 유형의 성격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아주 평등한 병"이라고 한다. 어느 누가 조현병에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조현병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여 사망할 때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는 것에 모자라 그를 돌보는 가족, 가까운 친구들에게 슬픔을 안겨주고 다니던 직장,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도 막대한 비용 손실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조현병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조현병이 뇌의 기능을 손상시키는 병이기 때문이다. 조현병은 환자의 판단 능력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를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환자가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효과가 가장 좋은 약부터 낮은 약까지 표로 정리를 하고, 특정한 약에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약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또한 재발의 징후, 재발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도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조현병과 관련된 추천할만한 영화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부록에 있는 추천 서적을 읽어보거나 추천 논문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조현병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는 책과 영화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책들도 간간이 보이는데 좋은 책들이 더 많이 번역이 된다면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가 감수를 하면서 미국의 상황과 우리나라가 다른 경우, 우리나라의 제도나 환경 등에 대해 주석을 달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신건강과 관련된 국내 제도와 상황을 설명한 책이 나오리라 기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