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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르네상스 이후 서양 과학사를 일별하다
2021-09-23 15:38:01




교양 과학의 세계에 입문한 후 글솜씨와 내용의 탄탄함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인 외국 작가들을 여럿 만났다.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쓴 싯다르타 무케르지, <<뷰티풀 큐어>>의 저자 대니얼 데이비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로 알려진 리사 펠드먼 배럿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존 그리빈’, 물론 더 많이 있겠지만 당장 떠오르는 작가는 이렇게 4명이다. 작가들과 그들의 책을 보니 사실 분야가 조금 편중되어 있긴 한데, 앞선 세 명이 각각 의학, 면역학, 신경과학 연구자이고 그들의 전문 분야를 대중서로 쓰는 반면 마지막 존 그리빈은 조금 다른 축에 속한다.


그는 천체 물리학자이지만 전문적 과학 내용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저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은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 읽는 내게 있어 백과사전 같은 책이며, 작년에 읽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는 양자론을 최소한의 수식만을 전달하여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유일한 책이었다. 그리고 올 상반기에 읽은 <<진화의 오리진>>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진화’ 관념의 진화 이야기를 풍성하게 펼쳐놓아 진화론을 과학 및 사상사의 큰 틀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의 몇 권의 책을 읽어본 바, 존 그리빈은 일반 독자들이 과학 개념과 원리를 ‘과학사’라는 큰 틀에서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어 매우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책 <<과학을 만든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르네상스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서양 과학의 발달을 과학적 발견과 그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가는 흥미진진한 ‘과학사’ 책이다. 이를 통해 500년이라는 긴 시기 동안 우주와 자연, 생명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을 만날 수 있다. 과학사를 장식한 인물들의 노력과 발견, 그들 사이의 지적 교류 그리고 과학자들과 당시 사회와의 복잡한 연결 관계를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 덕분에 흥미로우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과학사의 흐름을 일별할 수 있도록 1부 르네상스 시기부터 과학혁명과 계몽 시대를 거쳐 현대까지의 연대기 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각 부에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 및 우주과학이 해당 시기에 어떤 발전을 이루었는지를 빠짐없이 다룬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발견과 과학적 발견 및 사고 방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르네상스 시대의 케플러의 행성 운동에 관한 획기적인 생각은 갈릴레오를 거쳐 에드먼드 핼리로 계몽시대에 이르러서는 허셜의 천왕성 발견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현대의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의 비약적인 발견의 기초가 된다. 생명에 대한 이해 또한 마찬가지다. 18세기 퀴비에, 라마르크 등의 생명에 진화에 대한 기초적인 생각은 다윈의 진화론으로 그리고 진화론은 현대 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광범위한 분야의 총체적인 과학적 발견과 과학자들을 두루 다루려니 꽤나 두꺼운 책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읽기가 부담스럽진 않다. 과학사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좋도록 소주제를 짤막하게 서술하고 있어 호흡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깊은 내용을 읽고자 한다면 번역된 책들이 더러 보이는 참고문헌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일독으로 서양 과학사를 흥미롭게 일별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책이다. 뿐만아니라 과학사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추구하는 이에게는 길잡이와 참고 문헌의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과학을 만든 사람들
존 그리빈 / 진선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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