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님

환영합니다

서평
<느끼고 아는 존재>
어여쁘니
2021-09-25 01:53:07


**아래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과 경험에 의해 작성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과학 역시 잘 모르며 물리는 젬병이고 생물과 뇌과학은 조금 관심이 있다. 그래서 과학분야의 책은 일부러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번 책 <느끼고 아는 존재>는 제목에 눈 번쩍(어디서 들었던 아는 말 나왔다며!)했고, 색감 이쁜 표지에 혹(느낌에 완전 낚임ㅠ)했으며 감수자 이름(박문호)을 본 순간, 서평단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재미있었느냐?

흠... 이런 과학 책은 재미있기 어렵다.

그럼 쉬웠나?

마지막 역자의 말에서 이 책이 그동안 다마지오의 책 중에 가장 대중적이라서 쉽게 쓰여졌다고 한 말에 깜짝 놀랐다.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을 고르게 한 최고 조력자는 박문호 박사다. 올해 초부터 그의 강의를 팟캐스트로 들었는데 과학의 세계를 너무 쉽게 설명해주어 내가 착각한 것이었다. 사실 박문호 박사의 강의는 여러 다른 분야보다 어려워서 몇 번씩이나 다시 듣기를 해야 했다. 왜냐? 한 번만 듣고는 뭔 소린지 당최 모르겠으니까... 지구에서 출발해 인간까지 이어지는, 과학의 전 분야가 통섭되어 있는 내용의 강의는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었다. 동일한 내용을 듣는데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걸 알게 되니 신기한 노릇이었다. 그렇다! 박문호 박사를 몰랐다면, 몇 달 전 인간의 느낌과 의식에 대한 강의를 듣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공포가 몰려왔다. 읽다 잠든 사이에 리뷰를 썼다. 꿈에 리뷰를 쓴 건 처음이었으며 일필휘지로 술술 써내려간 내용이 눈 뜨자 까맣게 클리어되어 버렸다. 그건 분명 악몽이었다. 저자 ‘다마지오’보다 박문호 박사 얘기를 더 많이 하고 리뷰 악몽으로 밑자락을 까는 이유가 혹시나? 크흠... 역시나! 이 책, 어렵다!(역자는 이 저자가 그간 낸 책 중에 가장 쉽다고 했음ㅠㅠ)

그래도!! 나같은 과알못에겐 어.렵.다!!! 그래서 이 리뷰를 읽는 사람이 리뷰만 읽고 말겠다고 해도 내 잘못이 아님을 굳이 강조하고 싶다. 리뷰 때문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도전 정신 충만한 느낌 좋은 사람! 인정!!ㅎㅎ

역자와 감수자의 말을 인용하여 합리화 해본다...

@ 역자 고현석씨의 말

다마지오의 이번 책은 매우 특이한 책이다. 신경과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전작들과는 달리 분량이 매우 적은데다 소주제별로 잘게 나눠져 있어 가독성이 매우 높기도 하다. 다마지오의 전작들을 읽은 독자들, 특히 대학 수준의 심리학 또는 신경과학 지식을 가진 독자들은 이 간단하고 짧은 다마지오의 책을 무릎을 치면서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마지오 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다마지오의 다른 책들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

@ 감수자 박문호 박사의 말

의식을 향한 뇌과학은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통해 물리학과 만나게 될 수 있다. 다마지오는 이미지, 느낌, 의식에 관한 평생의 연구를 이 책에서 간략하고 핵심적으로 설명한다. 이런 책은 한 페이지를 읽고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싶다. 우리 자신과 세계가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숙독을 권하고 싶다.



목차를 보니 이 책에서 꼭 알아야 될 것은 마음과 느낌과 의식이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책 내용 인용을 읽다가 용어 때문에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 같아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들을 정리하고 시작한다.

- 비명시적 능력 : 분자 수준 이하의 과정에 기초해 항상성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생명을 효율적으로 지배하는 능력. 단세포생물에게 해당(인지는 하지만 마음과 의식은 없음)

- 바이러스 : 살아있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에 기생해 ‘유사’생명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호한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생명체를 파괴하고, 자신의 핵산을 만들어 퍼뜨린다. 생명체에 생기를 부여하는 비명시적 지능의 일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인간의)명시적 지능 : 마음, 느낌, 의식의 도움과 지각, 기억, 추론도 필요로 한다. 그 과정은 유기체가 유기체 안에서 이미지 패턴을 구축하고 저장해야 일어날 수 있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이미지가 들어있다. 우리 내부의 이미지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전형적이다. 우리가 느낌이라고 부르는 혼합물은 몸 안의 내부기관들의 상태와 연결된 장치들과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방금 세 문장을 읽고 뭔 말인지 몰라도 어쩔 수 없다. 미안하지만 책 71쪽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마음의 내용물” 챕터를 나는 ‘인간은 이미징화한 내용물들을 언젠가 아웃풋하기 위해 마음 속에 저장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제 마음의 내용물들은 느낌으로 변화한다. 느낌의 근원은 우리 유기체 내부의 화학적 활동이다. 그 활동으로 우리가 즐겁거나 불쾌한 감정들을 느끼는데 근육섬유와 내부기관 골격계의 움직임(즉 유기체 특정기관의 행동)을 말한다.

느낌은 유기체의 내부에서, 생명의 모든 측면을 관장하는 화학적 활동이 일어나는 몸의 내부 기관들과 체액 수준에서 발생한다. 느낌은 대사 작용과 방어작용을 담당하는 내분비계, 면역계, 순환계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P.118

마음의 내용물인 이미지들은 크게 세 가지 세계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 세계는 우리 주변의 세계다. 이 세계는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환경과 우리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외부 감각을 통해 끊임없이 살피는 사물, 행동 그리고 관계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세계는 우리 안의 오래된 세계다. 이 세계가 오래된 이유는 대사 작용을 담당하는, 진화적으로 매우 오래된 내부 기관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세계는 근골격, 사지와 두개골, 골격근에 의해 보호되고 움직이는 몸의 영역이다.

P.163

느낌의 기능은 생명조절에 도움을 주고 기민한 감시병 역할을 한다. 느낌은 우리 안의 감각(오감의 이미지화), 생존 반응, 신체 반응의 기능을 한다는 뜻이다. 즉 어두운 밤길을 걷는데 뒤따라 오는 발자국 소리(청각)를 듣고 거리감을 알 수 있고, 만약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시각) 몸이 오싹해지며 빠르게 걷는다면 모두 느낌(신체 반응)에 해당된다. 여기서 나아가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data base)하고 있는 범죄자 얼굴과 빠르게 대조해 보는 것까지 가능하다.

여기서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느낌이라고 부른 것은, 감각이라는 아주 일부만 이야기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하다! 동물은 감각은 가지고 있지만 느낌은 없다. 인간에게 느낌은 지능(앎)과 연동된다는 뜻이다. ‘미각의 반은 추억’이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냄새와 맛이 미각의 전부가 아니다. ‘인생 음식’이라 부르는 사례들을 보라. 핀란드의 피오르드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다가 끓여먹은 컵라면을 자신 인생 최고의 라면이라고 한 사람이 있고, 어떤 스님은 임종 직전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신 팥죽이 먹고 싶다고도 했다. 모두 미각보다는 기억(경험 포함)을 소환하고 있다.

저자는, 느낌은 우리에게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에 따라 우리가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보호한다고 말하며, 느낌이 마음에 사실들을 제공하는 것을 또 다른 기적이라고 부른다. 또한 우리가 안다는 것을 아는 이유도 느낌에서 왔다고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지각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참조 능력과 소유 의식을 구축하기 위해 지식을 사용할 때다. 우리가 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즉 우리 각각이 개인적으로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현실의 다른 두 측면에 대해 동시에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느낌이라는 혼합적인 과정에서 표현되는, 오래된 우리 내부 기관들의 화학적 상태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근골격계 내부, 특히 우리 자아의 표면을 고정시켜주는 안정적인 틀이 제공하는 공간적 구조의 상태다.

P.175

저자의 “맺는 말” 중, 단세포생물인 박테리아의 지능과 느낌에 대한 정리와 인간의 과제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p.208~209

박테리아의 지능은 비명시적이다. 이 지능은 유기체의 구조나 주변 세계의 이미지를 담은 마음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 지능은 느낌(유기체의 내부 상태의 척도)이나 그 느낌에서 비롯된 유기체의 소유권 확보(유기체가 자신이 느끼는 그 느낌이 자신에게 속해 있음을 자각한 상태)와 이 소유권 확보로 인해 고유의 관점이 생성되는 과정, 즉 의식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없는 이런 단순한 유기체들은 이 숨겨진 비명시적 능력으로 수십억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공적으로 생존해왔다. 이 능력은 우리 같은 다세포생물에 마음이 개입된 명시적이고 분명한 지능이 출현할 수 있도록 강력한 설계도를 제공했다. 박테리아(그리고 식물)의 이 간단하지만 광범위한 감각/감지 능력은 단순한 유기체들이 온도, 다른 생물체의 존재 같은 자극을 탐지해 방어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이 소박한 형태의 인지는 후에 명시적 느낌이 마음의 구축에 기여하는 어떤 것의 전구체가 됐다.

p.211

인간의 지능과 감성이 만들어낸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부터 우리가 느끼는 조화로움이나 공포 뒤에는 그와 관련된 행복감, 즐거움, 괴로움, 고통의 느낌이 존재한다. 이런 느낌 뒤에는 항상성 요구를 따르는 생명 상태와 그렇지 않는 생명 상태가 존재한다. 또한 이런 상태 뒤에는 생명 유지와 우주의 항성들과 행성들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화학적, 물리적 과정들이 존재한다.

이런 우선순위를 인정하고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면 인간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들에 가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와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등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재앙은 지구가 인간으로부터 당한 피해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인정과 인식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큰 문제들에 대한 숙고를 통해 현명하고, 윤리적이고, 실용적이면서도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이 커다란 생물학적 무대를 보존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어쨌든 희망은 남아 있다. 낙관해야 할 이유 역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FEELING & KNOWING>이지만 FEELING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다. 느낌 안에 앎이 포함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느낌을 수 십억년 간 진화해온 산물이라고 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분자화하여 뜯어보며 우리의 경험과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느낌이라는 것을 배웠다.






느끼고 아는 존재
안토니오 다마지오 / 흐름출판
0
0
댓글 0